오늘따라 어린시절 마음속의 고향이 그립다.
그동안 게으름으로 미뤄둔 형제들 모임사진도 포스팅할겸
살며시 나와 서재 컴퓨터앞에 앉았다.
최갑석의 "고향에 찿아와도" 한소절이 생각난다.
고향에 찿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드~뇨
두견화 피는 언덕에 누워
풀피리 맞춰불던 옛~동무여 ♬∼
고향 ,어머니
이런 말만 떠 올리면 가슴이 먹먹함을 어찌하리
너무나 순수하고 아름답고 따뜻하고 포근한 말이 아니던가.
중국고사성어에 "춘래 불사춘(春來 不似春)"이란 말이 있다.
즉.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 옛날 중국의 미인 왕소군이 정략적으로
적장(敵將)에게 시집가 산해진미(山海珍味)속에 살아도
고향의 봄을 잊지못해 했던 탄식이다.
사람들이 억만장자가 되고 온갖 부귀영화를 누린들
비록 가난속에서도 인정이 넘치고 마음이 풍족했던 그 시절과 어찌 비교하리
5,60년대 어린시절의 내고향 덕계(德溪).
앞산과 뒷고개능선 뒷당산에 둘러싸여 오목하게
어머니 품속같이 소담하게 내려앉은 60호 정도의 작은 마을.
저녁무렵이면 밥짓는 연기가 산기슭게 낮게 깔린 고즈넉한 마을.
마을 앞에는 감천지류인 큰시내가 휘돌아 흐른다.
냇가 너머엔 광활한 원창들이 펼쳐지고
마을 어귀에는 들까지라 불리는 앞들이
감천으로 뻗은 모래둔치의 방천에 싸여
포근히 안겨있다.
마을 앞산능선에는 무지개가 솟는다는 작은 웅덩이가 있었지.
어린시절 비겐후 앞산에 걸린 영롱한 오색무지개를 쫓아
설레이는 가슴으로 마냥 달려가 보곤 했던곳.
봄이 되면 냇가 모래 둔치의 동내 방천에는
온통 아카시아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아카시아 꽃향기 천지를 진동한다.
동구밖 고방걸(옛고방터가 있었다.)에는
작은 소나무숲과 찔레꽃 느티나무가 있어,
여름에는 매미소리 시원한 나무 그늘이
동내의 쉼터였고 아이들이 노는 놀이터 였다.
고방걸에는 들로가는 세갈래 길이 있었는데,
마을에서 들까지로 가는 정면으로 구루마(달구지)가
다닐수 있는 정도의 들길이 있었고,
왼쪽으론 역들방면과 갱분(강변)으로가는 구불구블 오솔길이 나있고,
오른쪽으론 방천넘어 가죽띠로 가는 제법 큰 길이 있었다.
가죽띠로 가는 방천밑에는 래현네 덤붕이 있었고
사시사철 물이 나는 방천밑 덤붕에서 들까지로 가로질러 흐르는 도랑은
동내 아낙네들 빨래터 였으면 여름밤엔 동내아낙들 목욕터였다.
들까지 방천밑 우리 뽕나무 밭 언저리엔
복숭아 나무가 서있는 덤붕이 있었고,
봄이 되면 온통 무릉도원이 된 덤붕에 집에서 키우던
오리들을 데리고 나와 목욕을 시키곤 했지.
들까지 앞냇가 방천을 넘어 서면 세보덤붕이 있고
여름이되면 래현네 덤붕과 함께 게구쟁이들 물놀이하는 놀이터 였다.
세보덤붕 근처 방천마루엔 큰 아카시아 고목이 몇그루 있어
여름철 시원한 나무그늘이 아이들 쉼터였으며 동내 게구쟁이 아이들
방천마루에서부터 옷을 벗기 시각하여 덤벙 근처에 가기도 전에
벌써 발가벗고 고추를 달랑이며 물속에 뛰어든다.
아지랑이 피는 봄이면
뒷 당산 양지녘엔 할미꽃 피고
진달래 꽃무리 온산 붉게 물들때
동내 모퉁이엔 살구꽃 향내 그윽하다.
미풍에 살구꽃잎 흩날릴때면
나른한 봄날 졸음에 겨운 어린아이
양지녘 담벼락에 기대어 게으른 하품을 하며 졸고있고,
먼산 뻐꾹이 소리는 한가롭게 들린다.
가끔씩 산들바람 부는 뒷 동산에 올라
산아래 펼처지는 작은 풍경 보면서 호연지기도 키우고
누나들 따라 앞들 양지바른 밭뚝에서
벌금자리도 뜯고 쑥도 뜯곤 했었지.
맹꽁이 울어대는 모내기철이면 동내 2,3십명 품앗이로
" 넘구소~ 자~" 못줄대며 모심기 하느라 시껄 벅쩍하고
새참때나 점심때가 되면 온통 동내 잔치가 된다.
여름이 되면
6,7월 뙤약볕에 시퍼렇게 자란 벼논엔
한낮 고방띠 그늘에서 늘어지게 한숨 자고난 일꾼들
구성진 노래가락 실어 논메기 작업이 한창이고
상머슴 젖머슴있건만 밭일은 여자일이라
아낙내들 밭메느라 하루종일 땀을 적신다.
벼가 팰무렵이면 애들은 허수아비 걸린 들녘에 밥싸 들고 나와
하루종일 후여~후여~ 참새 쫓으려 깡통 두드리고 야단이다.
가끔씩 장마나 폭우가 쏟아질때면 앞냇가엔
금새 벌건 황토물이 거품을 품고 소용돌이치며 흐르다가도,
2.3일이 지난 후면 물이 줄어 조용한 맑은 시냇물이 되고,
아이들 모두 나와 신나게 미역도 감고 송사리 붕어도 잡고,
출출해 지면 개구쟁이들 모여 밀서리 콩서리도 하고,
산으로 들로 꼴(풀)뜯고 소먹이다가
냇가 잔듸밭에 팔베게하고 누워
흘러가는 뭉게구름 마음실어 보낸다.
장마비가 거칠 무렵이면 부슬 부슬 안개비 속에
우산쓰고 소쿠리 들고 앞산 뒷산 다니며
싸리버섯 송이버섯 버섯 캐러 다녔고,
가을이되면
앞들에는 온통 황금 물결,
벼베기가 시작되면 일꾼들의 구성진 노래가락,
셋참으로 나오는 애국시 한그릇에 막걸리 한사발.
가을 들녘에 길게 늘어선 발갈이 넘나들며 메뚜기도 잡고,
집집마다 토담 너머엔 감이 주렁주렁,
추수때면 여기저기 탈곡기 소리 요란하고,
점심 때면 타작마당엔 벌겋게 찌진 칼치찌게가 일품이다.
담넘어 뒷산 밤나무숲엔 밤이 영글고, 이른아침에
담사이 틈새로 뒤산에 올라 이슬에 옷젖는줄 모르고
떨어진 밤을 한줌씩 주워오곤 했었지.
깊은 가을밤 큰방 뒷문곁에 누웠노라면
휘영청 밝은 달빛속에 풀벌레 소리가 너무 요란해
마치 전원교향곡 인듯 좀처럼 잠을 청할수가 없다.
겨울이 되면
고방걸 앞들은 온통 꽁꽁 얼음판이 되고
동네 아이들 나와 팽이도치고 수게트(스케이트)도 타고
얼음판이 깨져 메기를 잡는날이면 삭다지 주어 불피어 말리다
양말을 태워 엄마한테 야단도 맞고 했었지.
가끔씩 눈이 많이와 온천지가 새하얏고
삼한사온이 뚜렷해 집집마다 처마엔 고드름이 주렁주렁.
엄마와 누나들은 앞냇가 넘어 번사까지 나가
얼음깨어 빨래하곤 머리에 이고 돌아온다.
문간옆 사랑방에는 동내 어른들 두런 두런 얘기소리 들리고,
동내 웃마 광득이형네 밭에선 동내아이들 모여
편갈라 마때(자치기)도 치고 가이생놀이도 하고
집마당에선 술래잡기,목말타기,구슬치기.딱지치기도하고
동구밖 고방띠에서 연도 날리고
정월초나 한가위날엔 동내 처녀들 널뛰기놀이를 하였으며
정월 대보름 아침이면 오곡 찰밥에 부럼도 깨고
처음 만난 사람에게 내 더위도 팔고
낮에는 동내주막 마당에선 덕석 펴놓고 어른들 윳놀리판이 벌어지고
밤이되면 고방걸에선 아이들 깡통 횟불놀이 하느라 야단이다.
아~~그때는 그랬었지!!!!
발자국 딛는곳 마다 추억이 서려 있는 이곳.
한도 끝도 없는 어린시절의 이런 추억들이 주마등처름 스처간다.
요즘들어 수원에 사는 우리 휘자 누님께선 세월을 많이탄다.
그 연배가 되면 누구나 느껴지는 자연스런 현상일 것이나
형제이다 보니 더욱 애틋한 마음이다.
한때는 어려운 시절도 있었으나 자식들이 효자고 다들 잘되어
안정된 생활기반을 잡고있고 이제는 인생을 즐길
행복한 시간만 남다 보니 더욱 그런 것인가 보다.
우리 형제들이 벌써 6,70대들 이라니 도저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
2,30대 젊은 나이의 자식들은 부모세대들을 잘 모른다.
비록 생물학적으로 몸은 노화되어 젊은 시절과 똑 같진 않아도
사회적인 체면등으로 겉으로 표현하지 않을 뿐이지 마음은 그대로인 것이다.
마냥 어린 동심의 세계속에 젖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이성을 보면 가슴 설레이고
열정은 젊은이와 똑 같은 것이다.아니 더할것이다.
그동안 살아온 세월의 아쉬움이 더 많기 때문이리라.
우리 형제들의 지난 어린시절의 추억들.
도저히 다른사람들은 알수없는 우리들만의 것들
고방띠,갱분 ,신사보 ,가죽띠,번사 ,역들,난도말....
태서방,봉조,종은이,두부장사 ,쑥버무리......
장독가에 심어진 봉숭아 잎따 손톱에 물도 들이고
온가족이 땅콩 캐다가 모래밭에서 씨름도 하고
신사보 도랑에서 조갑지도 줍고
여름날 저녁이면 냇가에 나가 달리기도 하고
저녁을 먹은후면 어레 대청 마루에 모여 앉아
"사랑이 메아리칠때""동심초"등 한바탕 합창을 하곤 했었지.
추억을 더듬어 지금 합창 한번 해 봅세 . 시~작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
이러한 아름다운 추억을 공유한 우리 형제들
만나면 궂이 무슨 긴말이 필요할 것인가
감성이 풍부하고 배려심 많은 우리형제들
그저 보면 마냥 좋고 서로 눈빛만봐도 알수있는것을...
비록 현실적인 상황은 다르더라도
이제 내려 놓고 남에게 보이기 위한 가식적인 삶이 아닌
진정한 자기자신으로 돌아가
그렇게 길~지만은 않은 남은 시간들 남의 눈치 보지말고
마음가는데로 그렇게 즐겼으면 좋겠다.
진정한 행복은 맑은 영혼속에서만 느낄수 있는 법이니까.
♣ ♣ ♣ ♣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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