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월정 이야기
경남 함양군 안의면에 가면 덕유산 뒤자락인 남덕유에 위치한 안의계곡이 있다.
이곳은 해발 1,580m의 덕유산에서 발원된 금천이 흘러 깊은 계곡을 따라
8담8정을 이루며 우리나라 정자문화의 보고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근래엔 거연정,군자정,동호정,농월정 이렇게 4개의 고풍스러운 정자만 남아있으며
그중에서도 계곡하류에 위치한 농월정이 너럭바위와 함께
이곳 정자중의 정자라 할수 있겠다.
농월정(弄月亭)
월연암이라고 부르는 크기를 짐작할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너럭바위,
반석위를 흐르는 물이 달빛을 받아 금물결을 이루는 이곳 농월정은
이름그대로 달을 희롱하는 듯 하다.
지금은 이곳이 관광단지화 되어 낮에는 관광버스등 단체 행락객 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농월정의 정취를 반감 시키고 있으나
행락객이 지나간 조용한 달밤이 되면 그때서야
농월정의 진수를 맞볼수 있으리라.
달을 희롱하는 정자인 농월정을 이름그대로 언젠가 달밤을 택하여
찿아보리라 내심 늘 생각하고 있던차에 어느날 보니 마침 보름날이라 작심하고
구미에서 같이 사는 친구 몇에게 깜짝 전화를 해 즉시에 친구 5쌍이 흔케이 호응해
드디어 이들과 드불어 8월 하순경 농월정 번개모임을 다녀왔다.
구미에서 오후5시경에 출발하여 저녁 7시경에 도착하니
너무 밝은 달아래 농월정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춥지도 덥지도 않는 초가을 날씨에다 그날따라 달빛이 너무나 교교하고
마침 정자위쪽 너럭바위 위에서 교수 학생 사회인등이 함께한 우리가락 동호회원들이
빙 들러앉아 막걸리 동이에 초롱박 띄워놓고 대금이며 창이며 돌아가며
달밤에 노는 풍경이 마치 신선이 노니는듯 했다.
역시 농월정의 백미는 보름날 밤이었다!!!
아름다운 비경에 흠뻑 취하여 너럭바위에 둘러앉아
물소리와 달빛을 안주삼아 밤늦도록 술잔을 기울이며 놀다가
농월정 방갈로에서 하루밤을 유하고 다음날 인근에 있는 용추계곡을 들여본 후
갈비탕으로 유명한 거창의 대전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구미로 돌아왔다.
안타깝게도 2003년10월9일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로 인하여 농월정이 전소되었다.
아름다운 자연유산이 하루빨리 복원되어 많은 시인 묵객들의
시름을 들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 弄月亭 月下記
새햐얀 달빛이
슬프도록 애절 하구나.
계곡 반석 위
흐르는 물소리 정겹고
이따금 불어주는 淸風이
가을의 문턱에 선
가난한 旅心을 울리는 구나
달이 나를 부르는가
내가 달을 부르는가
처마 밑 산마루에 걸린 달에
狂人인양 넋을 놓네
물 안개 자욱한
저 깊은 계곡 위에 선
신선들이 노닐고 있고
나 여기 신선들이 놀던 자리에서
밤을 지세워도 좋으련만
서산에 달 기우니
애닯아 한숨짓네
--청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