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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건강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빠뜨리지 않는 것 중의 하나가 규칙적인 생활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라는 이야기는 우리가 초등학교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어 온 이야기다. 또 소화기내과 의사들이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는 것이 위장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낯설지 않은 것은 규칙적 삶이 중요하다는 것에 대한 또 하나의 중요한 증거가 될 것이다. 남성들의 경우 건강이 썩 좋지 못해 비실비실 하던 젊은이들이 흔히 군에 다녀 온 후에 건강한 모습으로 학업에, 혹은 사회로 복귀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기실 규칙적 생활의 산 표본이 군 생활임을 모르는 사람은 여자에게조차도 없을 것으로 안다. 이렇듯 규칙적 삶이 건강에 중요한 이유가 무엇일까 ?
첫 번째 이유는 아마도 건강에는 절제된 생활태도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일 것이다. 규칙적인 생활을 제대로 하려면 그 삶이 얼마나 절제된 삶이어야 하는지는 너무나 잘 알려져 이에 대하여 특별히 언급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절제의 성공적 수행이 실제 우리의 삶 속에서 건강한 삶에 얼마나 긴밀히 연관되어 있나 하는 것은 독자들이 더욱 잘 알 줄 믿는다. 현대인에 있어서 커다란 문제 거리의 하나인 성인병의 근원이 되고 있는 비만의 문제 하나의 예만으로도 절제가 우리의 건강한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아울러 그 삶의 절제라는 것이 얼마나 이루기 어려운 일인지도 독자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특히 기독교인에게서의 삶의 절제는 온전한 신앙생활과 영적 건강을 위해서 없어서는 안 되는 덕목임을 새삼 강조하기를 원한다.
두 번째 이유로는 좀 더 근본적인 이유를 모색해야 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우리 몸의 구조 및 기능 면에서 그 이유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선 하나님이 지으신 우리 몸은 고도의 절제된 질서 속에서 생명 현상이 유지되고 있는 유기체라는 것이다. 즉, 생명체의 커다란 특성 중의 하나가 소위, ‘항상성(homeostasis)’이라는 점이다. 다른 말로 ‘일정성(一定性)’이라고도 할 수 있을 텐데 생명체는 이 일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대단한 노력을 경주한다. 그 일정성이 무너지는 순간, 건강을 지키지 못 하게 되고 급기야는 생명을 잃게 되는 수도 생긴다. 체온을 생각해 보자. 흔히 우리가 우리 몸의 정상 체온을 섭씨 36.5도(겨드랑체온)라고 알고 있는데 우리 몸은 이 기준체온을 지키기 위해 여러 종류의 정교한 체온 조절 기전을 갖추고 있음을 우리는 안다. 땀이 난다든지 소름이 돋는 일, 말초혈관이 확장 또는 수축되는 일 등이 체온 조절과 관련된 우리 몸의 정상 반응임을 우리는 잘 안다. 즉 이런 반응들을 통해서 체온이 정상범위에서 유지되지 않을 때 생명유지가 어려운 것이다. 심장의 박동수도 성인의 경우 평상시에 일분에 60~100회 범위를 벗어나면 의사는 정상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데 이 역시 이 범위를 벗어나면 생명유지가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몸은 박동수가 정상 범위 밑으로 떨어지면 교감신경계를 자극하여 박동수가 올라가게 하고 박동수가 정상범위 이상으로 증가되면 교감신경계를 억제함으로 정상범위 내에 머물도록 한다. 어디 체온과 박동수 뿐이겠는가?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정상적 반응(혈압, 산도, 호흡수 등)들은 모두 정상범위가 존재하며 그 범위를 벗어날 때 우리 몸은 스스로 잘 발달된 장치들을 통해서 정상범위 내에 머물도록 몸의 질서를 유지시켜준다. 즉 그 일정성을 지켜주는 일이 건강유지의 첩경이라는 이야기다. 결국 건강한 삶이라는 것은 이 항상성이 쉽사리 지켜지는 삶이라고 이야기해 볼 수 있다. 일례로 늘 일정한 양의 식사를 하는 사람은 음식이 위장에 들어갔을 때 필요한 적절한 양의 위액을 쉽사리 분비하지만 극단적으로 제 시간에 식사를 안 하거나 적게 했다 많이 했다 하며 불규칙하게 식사를 하는 사람의 경우 소화에 필요한 적절한 양의 위액을 분비하는 일에 실패를 할 수 있고 오랜 기간 그런 일이 지속될 때 급기야 위장이 극도의 불규칙적 상태인 질병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규칙적 삶은 우리 몸의 생리적 반응의 경제성을 극대화시켜 줄 수 있다. 규칙적 삶은 일정하게 반복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체내의 반응이 쉽사리 경제적으로 반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어쩌다 한 번 일어나는 반응은 생체조직이라고 할지라도 익숙지 않기 때문에 그 반응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보다 많은 노력과 힘을 요구하게 된다. 때로는 성공적으로 그 반응을 완수하지 못 할 수도 있는데 그것이 바로 병적 상태의 시작이 되는 것이다. 공장에서의 자동화가 갖는 편리성과 효능성, 경제성 등을 생각하면 그 효과를 쉽사리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의 생물학자 파브로프가 이야기한 조건반사, 즉 개에게 음식을 줄 때 종을 늘 치곤했는데 이 일을 계속한 후에는 음식을 주지 않고 종을 치기만 해도 반사적으로 침을 흘리게 되는 현상을 조건반사, 혹은 학습이라고 한 것처럼 규칙적 삶은 우리 몸의 모든 기관의 반응을 조건 반사적으로 만듦으로 생리반응의 경제성을 극대화시키는 것으로 보면 될 것이다. 즉 몸의 자동화를 이루는 일인 것이다.
◎ 월간《건강과 생명》2001년 10월호/ 이왕재(서울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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